어른도 아이도 아토피 전쟁
- 2007-03-14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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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어른도 아이도 아토피 전쟁
[뉴스메이커 2004-12-17 14:18]
우리나라 어린이의 15%, 성인의 10%가 아토피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증상은 있는데 치료법이 확실치 않는 참 고약한 질병.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사회적인 불이익으로까지 연결된다고 하는데.... 아토피 환자의 고단한 삶, 지루한 싸움은 과연 끝날 수 있을까.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이 되면 아픈 내 피부가 너무도 원망스러워요. 지치고 힘들 땐 통곡을 한 적도 있죠.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아토피 때문에 성격도 이상해졌어요. 사는 것 같지가 않네요. 먹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입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세상에 무슨 이런 병이 있을까 싶고 일기를 쓰다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흉한 모습으로 다니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무거운 짐인 것 같아요. 물론 저보다 심한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는 아토피란 병이 쉽지가 않군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괴로워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2만4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인터넷 다음카페 '아토피 피부염(http://cafe.daum.net/atopy)'의 '넋두리' 코너에 올라온 글이다. 연일 새로 올라오는 글들에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이들의 고통과 좌절이 구구절절 쓰여 있다.
이 커뮤니티를 만든 박승빈씨(24-인천광역시 연수구)도 지난 10여 년간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온 환자다. 중학교 1학년 때 팔꿈치 안쪽과 무릎 뒤쪽의 피부가 붉게 솟아오르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아토피 피부염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을 포함한 전신으로 퍼졌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가렵고 진물까지 나는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박씨 역시 양방과 한방, 민간요법 등 좋다는 것은 다 시도해봤다. 병원에 단기 입원한 것도 수차례고 고등학교를 휴학하기도 했다. 식이요법을 통해 치료해 보려고 10개월간 채식요양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그가 정상적인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취직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아토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교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만 약 1천5백만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고, 피부과를 찾는 환자의 10~20%가 아토피 환자다. 지난 50년 동안 환자가 급증해 1960년대 이전에는 어린이 50명 중 1명꼴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5명 중 1명꼴로 겪는 흔한 질병이 됐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신생아 60~70%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어린이의 15%, 성인의 10%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는 천식이나 비염으로 발전
아토피 피부염은 아토피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피부질환으로 만성적인 가려움증을 동반한 염증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또는 '비정상적인 반응' 등의 어원을 가진 아토피(Atopy)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질환 전반을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면 일반 피부 트러블과 달리 염증과 함께 피부가 마른 논바닥이 갈라지듯 조각나고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을 느낀다. 또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진다. 상태가 심각한 중증 아토피 환자들은 진물과 피를 흘리기도 하고 딱지도 잘 생긴다. 유아의 경우 얼굴, 팔꿈치 또는 무릎에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반면 소아와 성인의 경우엔 얼굴보다 손, 목,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발목에 많이 나타난다. 질환부위에서는 염증 반응이 쉬 재발해 아토피 피부염 환자 3명 중 1명은 1년에 최소 6번 정도 아토피 피부염이 재발한다. 아토피에 걸리면 10%는 천식이나 비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 피부과 김규한 교수는 "아토피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다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정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 질환은 아토피성 장애, 천식, 건초열 혹은 아토피 피부염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만일 부모가 모두 아토피 피부염 환자라면 자녀들에게서 아토피 피부염이 나타날 확률은 약 80%에 이른다. 건초열과 천식을 앓는 이의 75% 정도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다.
환경적 요인은 언제든 유전적 요인을 가진 이들의 발병을 촉진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생상태는 좋아졌지만 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유해환경이 늘면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이 구명되지 않은 탓에 치료도 어렵다. 그렇다보니 각종 잘못된 속설이 만연하고 많은 환자들이 민간요법에 쉽게 현혹되고 매달린다. 그 결과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국내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던 세살배기 여자 어린아이가 무속인에게 식초요법 치료를 받다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식초 외에도 소금, 알로에, 쑥, 들깨기름, 호도기름 등이 아토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잘못된 속설이다. 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다음카페에 올린 글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고등학교 때 알로에 성분의 약과 알로에 성분의 젤을 5개월간 사용했다가 상태가 악화되고 살만 7㎏이나 쪘다"며 다른 환자들에게 꼭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또 어떤 주부는 "'이독치독(以毒治毒)'이라는 이웃 아줌마의 권유로 자신의 오물로 목욕을 했다가 세균 감염으로 피부 조직은 물론 내부 장기까지 손상돼 몸이 만신창이가 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양대 피부과 노영석 교수는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물질들이 자연산이거나 식물성이어서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과학적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물질을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대 피부과 서성준 교수도 "잘못된 관리법으로 많은 환자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환자는 자신의 증상과 적절한 치료법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하며 평소 치료법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토피 환자들은 가려움증 등 신체적인 괴로움은 물론 외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이성친구를 만나는 것에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4분의 1 이상이 증상으로 인해 놀림을 당한 적이 있으며 성인 환자들은 직장에서 차별과 취업 및 진급에 영향을 받는다는 국제적인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얼마 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피부성형학회(EADV)에서 발표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삶에 관한 국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8개국(프랑스, 독일, 스페인, 멕시코, 네덜란드, 폴란드, 미국, 영국)의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청소년과 성인의 20%가 아토피 때문에 연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성인환자의 10%는 직장에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으며 6명 중 1명은 취업 면접이나 직업 선택에서 아토피 피부염이 걸림돌이 됐다고 응답했다. 대인관계도 스트레스지만 반복되는 재발과 이로 인한 피부 염증 때문에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증 경험
최근 국내에서도 비슷한 설문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한림대 피부과 박천욱 교수가 아토피 환자 4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외관상 나타난 증상 때문에 많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대인관계에 어려움과 사회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43%는 학교나 직장에서 놀림을 당한 적이 있으며 56%는 친구나 연인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10명 중 8명(82%)이 우울증, 자신감 상실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상이 개선됐더라도 다시 재발 혹은 증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해 항상 불안하다(88%)고 답변했으며,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 업무(학업) 능률 저하(92%)와 수면 장애(89%)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를 진행한 박천욱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마음의 병은 재발과 억제를 반복하면서 겪는 치료 의지의 상실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뉴스메이커 2004-12-17 14:18]
우리나라 어린이의 15%, 성인의 10%가 아토피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증상은 있는데 치료법이 확실치 않는 참 고약한 질병.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사회적인 불이익으로까지 연결된다고 하는데.... 아토피 환자의 고단한 삶, 지루한 싸움은 과연 끝날 수 있을까.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이 되면 아픈 내 피부가 너무도 원망스러워요. 지치고 힘들 땐 통곡을 한 적도 있죠.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아토피 때문에 성격도 이상해졌어요. 사는 것 같지가 않네요. 먹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입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세상에 무슨 이런 병이 있을까 싶고 일기를 쓰다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흉한 모습으로 다니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무거운 짐인 것 같아요. 물론 저보다 심한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는 아토피란 병이 쉽지가 않군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괴로워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2만4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인터넷 다음카페 '아토피 피부염(http://cafe.daum.net/atopy)'의 '넋두리' 코너에 올라온 글이다. 연일 새로 올라오는 글들에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이들의 고통과 좌절이 구구절절 쓰여 있다.
이 커뮤니티를 만든 박승빈씨(24-인천광역시 연수구)도 지난 10여 년간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온 환자다. 중학교 1학년 때 팔꿈치 안쪽과 무릎 뒤쪽의 피부가 붉게 솟아오르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아토피 피부염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을 포함한 전신으로 퍼졌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가렵고 진물까지 나는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박씨 역시 양방과 한방, 민간요법 등 좋다는 것은 다 시도해봤다. 병원에 단기 입원한 것도 수차례고 고등학교를 휴학하기도 했다. 식이요법을 통해 치료해 보려고 10개월간 채식요양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그가 정상적인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취직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아토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교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만 약 1천5백만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고, 피부과를 찾는 환자의 10~20%가 아토피 환자다. 지난 50년 동안 환자가 급증해 1960년대 이전에는 어린이 50명 중 1명꼴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5명 중 1명꼴로 겪는 흔한 질병이 됐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신생아 60~70%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어린이의 15%, 성인의 10%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는 천식이나 비염으로 발전
아토피 피부염은 아토피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피부질환으로 만성적인 가려움증을 동반한 염증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또는 '비정상적인 반응' 등의 어원을 가진 아토피(Atopy)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질환 전반을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면 일반 피부 트러블과 달리 염증과 함께 피부가 마른 논바닥이 갈라지듯 조각나고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을 느낀다. 또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진다. 상태가 심각한 중증 아토피 환자들은 진물과 피를 흘리기도 하고 딱지도 잘 생긴다. 유아의 경우 얼굴, 팔꿈치 또는 무릎에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반면 소아와 성인의 경우엔 얼굴보다 손, 목,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발목에 많이 나타난다. 질환부위에서는 염증 반응이 쉬 재발해 아토피 피부염 환자 3명 중 1명은 1년에 최소 6번 정도 아토피 피부염이 재발한다. 아토피에 걸리면 10%는 천식이나 비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 피부과 김규한 교수는 "아토피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다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정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 질환은 아토피성 장애, 천식, 건초열 혹은 아토피 피부염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만일 부모가 모두 아토피 피부염 환자라면 자녀들에게서 아토피 피부염이 나타날 확률은 약 80%에 이른다. 건초열과 천식을 앓는 이의 75% 정도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다.
환경적 요인은 언제든 유전적 요인을 가진 이들의 발병을 촉진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생상태는 좋아졌지만 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유해환경이 늘면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이 구명되지 않은 탓에 치료도 어렵다. 그렇다보니 각종 잘못된 속설이 만연하고 많은 환자들이 민간요법에 쉽게 현혹되고 매달린다. 그 결과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국내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던 세살배기 여자 어린아이가 무속인에게 식초요법 치료를 받다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식초 외에도 소금, 알로에, 쑥, 들깨기름, 호도기름 등이 아토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잘못된 속설이다. 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다음카페에 올린 글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고등학교 때 알로에 성분의 약과 알로에 성분의 젤을 5개월간 사용했다가 상태가 악화되고 살만 7㎏이나 쪘다"며 다른 환자들에게 꼭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또 어떤 주부는 "'이독치독(以毒治毒)'이라는 이웃 아줌마의 권유로 자신의 오물로 목욕을 했다가 세균 감염으로 피부 조직은 물론 내부 장기까지 손상돼 몸이 만신창이가 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양대 피부과 노영석 교수는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물질들이 자연산이거나 식물성이어서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과학적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물질을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대 피부과 서성준 교수도 "잘못된 관리법으로 많은 환자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환자는 자신의 증상과 적절한 치료법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하며 평소 치료법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토피 환자들은 가려움증 등 신체적인 괴로움은 물론 외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이성친구를 만나는 것에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4분의 1 이상이 증상으로 인해 놀림을 당한 적이 있으며 성인 환자들은 직장에서 차별과 취업 및 진급에 영향을 받는다는 국제적인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얼마 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피부성형학회(EADV)에서 발표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삶에 관한 국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8개국(프랑스, 독일, 스페인, 멕시코, 네덜란드, 폴란드, 미국, 영국)의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청소년과 성인의 20%가 아토피 때문에 연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성인환자의 10%는 직장에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으며 6명 중 1명은 취업 면접이나 직업 선택에서 아토피 피부염이 걸림돌이 됐다고 응답했다. 대인관계도 스트레스지만 반복되는 재발과 이로 인한 피부 염증 때문에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증 경험
최근 국내에서도 비슷한 설문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한림대 피부과 박천욱 교수가 아토피 환자 4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외관상 나타난 증상 때문에 많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대인관계에 어려움과 사회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43%는 학교나 직장에서 놀림을 당한 적이 있으며 56%는 친구나 연인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10명 중 8명(82%)이 우울증, 자신감 상실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상이 개선됐더라도 다시 재발 혹은 증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해 항상 불안하다(88%)고 답변했으며,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 업무(학업) 능률 저하(92%)와 수면 장애(89%)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를 진행한 박천욱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마음의 병은 재발과 억제를 반복하면서 겪는 치료 의지의 상실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